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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치, 안목에서 나온다

박재희 | 157호 (2014년 7월 Issue 2)

세상에 어떤 물건이든 쓰는 사람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똑같은 기술이라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술의 가치가 전혀 달라진다는 것은 결국 그 기술을 바라보는 사람의 안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던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더 큰 효용성을 만들어 내는 것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장자(莊子)>에는 손 안 트게 하는 약의 가치에 대한 우화가 있다. ()나라에 대대로 빨래만 전문으로 해서 먹고사는 집안이 있었다. 이들은 겨울철에도 빨래를 해야 했기 때문에 찬물에 손과 발을 담그더라도 손발이 트지 않는 비법의 약을 만들어 사용했다. 일명불균수지약(不龜手之藥)’, ()을 트지() 않게() 하는 약()이었다. 어느 날 그 지역을 지나던 과객이 백금을 주고 그 기술을 팔라 했고, 거액을 준다는 말에 기술을 과객에게 넘겼다. 과객은 그것을 가지고 오()나라 왕에게 가서 자신을 장군의 직책에 등용해 줄 것을 청했다. 그때 오나라와 원수 관계에 있었던 월()나라가 군대를 일으켜 오나라로 쳐들어 왔는데, 때는 찬바람 부는 겨울철이었고 마침 양자강 유역에서 수전(水戰)을 하게 됐다. 장군이 된 과객은 손 안 트는 약을 대량으로 만들어 자신의 병사들에게 바르게 해 강한 전투력으로 월나라 군대를 대패시켰다. 그 후 그 과객은 땅을 하사받아 제후가 되고 대대손손 부를 누리며 살았다. 장자는 이 이야기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똑같이 손 안 트게 하는 약인데, 누구는 그것을 가지고 제후로 봉해지고, 누구는 평생 빨래하는 직업을 못 벗어났다. 이것은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에 의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안목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물 안에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장자>는 이 우화를 말하면서 새로운 안목과 가치로 세상을 보려면 내가 있는 우물 속에서 과감하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우물 밖의 하늘에 대해 설명해 줄 수가 없다. 여름에만 살다 가는 벌레에게는 겨울철 얼음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조그만 동네에서 최고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뽐내는 사람에게는 세상에 더 큰 지식을 이해시킬 수 없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간(space)과 시간(time), 지식(knowledge)의 그물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송나라 사람은 손 안 트게 하는 기술을 오로지 빨래하는 데만 사용했고, 과객은 그 기술로 군대 보급품을 만들어 병사들에게 지급해 겨울철 승리의 전략으로 사용했다. 똑같은 기술이지만 쓰는 사람의 안목에 따라 그 가치가 완벽하게 달라진 것이다. 미래 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책 <부의 미래(Wealth Revolution)>에서 새로운 부의 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고질적인 병폐(Deep Fundamentals)공간과 ‘시간’지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새로운 공간으로 항해하고(Stretching Space), 새로운 속도를 만들어 내고(Re-arranging Speed),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했을 때(Re-trust Knowledge) 비로소 미래 부의 혁명 시대에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그의 주장은 <장자>의 우물 안의 개구리 우화와 너무 닮아 있다. 이제 한 가지 기술만으로 세상을 석권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융합과 복합적 사고만이 새로운 창조적 선두의 자리에 설 수 있다. 우리가 인문학에 관심을 기울이고 경험하지 못한 곳으로의 열망을 갖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은 새로운 가치와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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