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정보 쏟아질수록 ‘쉬운 선택’에 끌려“Social Defaults: Observed Choices Become Choice Defaults”, by Young Eun Huh, Joachim Vosgerau and Carey K. Morewedge i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October 2014, pp. 746-760.
무엇을, 왜 연구했나?“지난 대선에서 당신은 왜 야당에 투표했는가?” “당신이 최근 구매한 청바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당신이 내렸던 중요한 결정들에 대해 누군가 이러한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좋아해서’ ‘내가 그 제품이 마음에 들어서’와 같은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라는 존재가 해당 결정에 중심에 있었으며 나의 사고와 견해에 따라서 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들은 당신의 그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우리는 좋아하는 정치 평론가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해당 후보자를 선호하게 된다. 패션 분야 파워블로거가 특정 브랜드 청바지를 입은 모습을 보고 마음이 동해서 충동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우리가 의식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우리의 의사결정은 타인들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이러한 타인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로써 탄생한 것이 바로 ‘인플루언서’들이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흔히 인터넷(디지털) 세상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의미한다. 유튜브의 유명 크리에이터들, 포털의 파워블로거들, 각종 온라인 매체의 저널리스트들, 일정 규모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의 사용자 등이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유명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이 향후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많은 근거 자료들도 소개됐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이마케터(eMarketer)’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84% 이상의 마케터들이 향후 1년 안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디지털 마케팅 캠페인을 실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기업들이 인터넷 세상에서의 인플루언서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인플루언서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기관 ‘브라이트로컬(BrightLocal)’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자들의 88%가 친한 친구의 제품 리뷰만큼이나 인터넷 세상에서 팔로잉하는 개인 인플루언서들의 리뷰를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트위터(Twitter) 사용자들의 40%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 인플루언서가 추천해주는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유튜브(YouTube)를 이용하는 10대의 70% 이상은 그들이 구독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는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할리우드 스타들보다 그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는 인터넷상에서 가볍게 연결된, 직접적인 친구 관계라기보다는 온라인상에서만 알고 지내는, 느슨하게 연결된(Weak Tie) 타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결국 타인들이 어떻게 우리 개인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홍콩과기대, 틸버그대, 보스턴대 공동 연구진은 사람들이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물건을 구매하는 상황에서 타인들의 의견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연구진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참가자들은 두 가지 한국 차(茶) 브랜드들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한국어를 모르기에 당연히 참가자들은 해당 차 브랜드에 대해 어떠한 사전 선호도가 없었다. 참가자들은 두 개 그룹으로 나뉘었는데 A 집단 참가자들의 경우 실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명의 비동양계(Non-Asian) 소비자가 두 가지 중 한 브랜드를 선택하고 리서치룸을 떠나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지켜봤다. B 집단의 참가자들은 이러한 과정 없이 두 한국 브랜드를 살펴본 뒤 하나를 선택했다.
그 결과, A 집단 참가자들에게서는 비동양계 소비자가 선택한 동일한 차를 선택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반면 B 집단에게서는 특별한 편향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카테고리의 제품을 선택할 때 사람들이 타인이 선택하는 제품을 따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실험 결과는 입증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경향을 ‘사회적 디폴트 효과 (Social Default Effect)’라고 명명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일련의 실험들을 통해 사람들이 그들 앞에 놓인 선택지에 대해 강한 본인의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행위를 단순하게 따라가는 형태의 선택을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제품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거나 제품에 대한 여러 가지 새로운 정보들을 탐색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주변의 선택을 ‘사회적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특별한 요건이 없다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으로 받아들이고 무의식중에 따라서 결정을 내린다는 얘기다. 때로는 심지어 명백하게 상대적으로 나쁜 옵션의 경우도 단지 타인들이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타인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자동화된 과정이었다. 또 이러한 타인들의 영향력이 우리가 강한 주관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나 제품 정보에 대해 면밀하게 살필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가 주어진 환경에서는 약화됐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본 연구 결과는 현대사회에서 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점차 더 중요해질 것인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과거와는 달리 우리가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매일매일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콘텐츠 양이 DVD로 따지면 1억7000장 수준이며 메일로 환산하면 약 3000억 통가량이다. 쏟아지는 정보가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가 따져봐야 할 경우의 수는 늘어난다는 얘기다. 물론 인간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만 행동한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도 복잡하고 면밀한 학습 과정을 거쳐 제품을 선택하거나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제품과 정보들이 제공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쉬운 길을 가려는 마음이 커진다. 즉, 디폴트로 설정된 옵션을 선택하고자 하는 유혹에 더 쉽게 빠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디폴트 옵션을 선정해주는 것이 바로 SNS상에서 우리가 매일매일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다. 기업들이 인간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타인들의 선택과 의견에 더 강하게 영향받는지 이해하고 그 이면에 놓은 심리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할 때, 더 효과적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인플루언서들과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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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성균관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Wales에서 소비자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컴퍼니인 닐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국내외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는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디지털·소셜 미디어 마케팅’ ‘소비자 심리’ 등이다. 저서로 <바이럴: 입소문을 만드는 SNS 콘텐츠의 법칙> <구글처럼 생각하라> <디지털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