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제품은 여러 면에서 특수성이 있다. 어린이는 신체적으로 짧은 팔과 다리를 지니고 있으며, 물건을 다루는 것에 서툴다. 무의식적으로 물건을 입으로 가지고 가거나,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던진다. 금방 호기심을 갖다가도 쉽게 싫증 내기도 한다. 또 물건은 대부분 부모가 구매하다 보니 부모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 어린이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유해한 부분이 없어야 하고, 더 나아가 교육적인 효과까지도 기대한다. 그러나 당장의 욕구에 충실한 어린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부모와 어린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어린이용 제품에 스토리텔링을 적용하는 것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로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부모가 희망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도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변신한 채소
루마니아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메가 이미지(Mega Image)가 지난 5월22일,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채소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로 변신시키는 프로젝트인 베지 히어로즈(Veggie Heroes)를 선보였다. 루마니아에선 어린이 4명 가운데 1명이 비만에 해당할 정도로 소아 비만율이 높아 자극적인 인스턴트 식품보다 건강한 음식을 먹도록 유도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뿔 모양의 당근 로켓,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 가지, 희고 몽글몽글한 콜리플라워의 특징을 살린 콜리플라워 양, 초록색의 공룡 호박, 곰이 된 갈색 키위 등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해 실제 매장에 진열했다. 더불어 각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책을 판매하고 매장에서 인형극 공연도 한다. 부모님과 함께 마트에 방문한 아이들은 장난감 진열대를 구경하듯 호기심을 갖고 채소 코너를 구경하고, 장난감 만지듯 재미있게 만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채소를 먹는다.
어린이용 대기오염 회피 장치글로벌 브랜드, 신생 기업, 비영리 기관 등과 협력해 신기술을 응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미국의 디자인 스튜디오, OFFC가 쾌적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대기오염 회피 장치인 어반 카나리아(Urban Canary)를 디자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기오염 물질은 면역계와 폐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래서 석탄을 캐는 광부들이 가스를 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내려보내는 데에서 영감을 받아 대기의 질을 지속적으로 측정해 경고해주는 어린이용 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미리 설정한 민감도에 따라 LED 불빛과 진동으로 현재 위치에서의 공기 오염 정도를 경고한다. 높은 수준의 오염된 공기에 장시간 노출되면 카나리아를 닮은 장치의 맥박이 빨리 뛰면서 빨간색의 불이 들어와 병이 났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때 스마트폰으로 카나리아를 스캔하면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깨끗한 공기가 있는 장소로 이동하면 카나리아의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색깔도 녹색으로 바뀐다. 따라서 카나리아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는 공기가 좋은 장소를 찾아다녀야 한다. 최근에 방문한 오염 지역과 오염에 노출된 시기를 자세히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크라우드소싱으로 사용자들의 측정치를 수집해 오염 지도를 생성함으로써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깨끗한 장소를 제안한다. 인형 형태의 사물인터넷 장치를 통해 아이들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고, 어린이와 부모가 대기오염에 대해 대화하며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어린이를 위한 스토리텔링은 부모가 아이들을 이해시켜 스스로 행동하도록 동기부여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통해 제품이 제공하는 긍정적인 면모를 쉽게 이해하고, 제품과 감성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된다. 제품의 특징을 반영한 캐릭터와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는 부모와 자녀가 제품을 매개로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루마니아의 슈퍼마켓 체인 '메가 이미지'가 선보인 베지 히어로즈 프로젝트편집자주메타트렌드연구소(METATREND Institute)는 사용자 경험 중심의 마이크로 트렌드를 분석해 전 세계 주요 미디어, 글로벌 기업, 공공기관 및 학계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목표로 운영되는 글로벌 트렌드 연구소다.
유인오 메타트렌드연구소 대표 [email protected] 민희 메타트렌드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