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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경영하라

박재희 | 79호 (2011년 4월 Issue 2)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은 다른 농업문명 국가에서 모두 그랬듯이 중국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관찰 대상이었다. 물이 넘치면 수백만 명이 빠져 죽었고, 물이 모자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중국 농업사회에서는 국가의 존망과 민심의 향방이 치수(治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나라를 세운 우() 임금도 8년간 치수의 공을 인정받아 천자(天子)가 됐다. 그래서 물은 모든 동양의 철학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비유하는 대상이었다. 철학자들은 물에게서 다양한 생각을 배웠다.
 
공자는 천하를 돌며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펼칠 지위를 줄 제후를 찾아다녔으나 마땅한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 공자는 어느 날 황하에 가서 이렇게 외쳤다. “아! 흘러가는 물이 이렇게 도도(滔滔)하구나! 밤낮을 쉬지 않고 흐르는 저 물을 보라(逝者如斯夫不舍晝夜)!” 그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정치적 이상이 밀려오는 후학(後學)들에게 계승될 것임을 물을 통해서 확신했다. 내 대()에서 큰 꿈을 이루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라. 그리고 공자가 남긴 물의 철학을 떠올려라. 물에는 쉬지 않고 흐르는 역사성이 있다. 내가 아니어도 좋다. 나를 이어 누군가가 나의 꿈을 펼쳐 주는 것도 인생이다.
 
노자(老子)는 물을 통해 겸손과 무위(無爲)의 리더십을 설명하려고 했다. ‘세상에 물보다 연약하고 부드러운 것은 없다. 그러나 단단하고 센 것을 뚫는 데 있어서도 물을 이길 자는 아무도 없다(天下莫柔弱於水而攻堅强者莫之能勝).’ 노자는 물에서 겸손함을 보았던 것이다. 성공하고 이룬 자들이여, 노자의 물 철학을 생각하라. 물은 모든 만물을 이롭게 적시고 키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기에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승자는 군림하고 누리려는 자가 아니라 낮추고 버리는 자의 모습이어야 한다.
 
<맹자(孟子)>는 샘이 깊은 물에 대해 세 가지 철학을 설파한다. 첫째는 지속성이다. ‘샘이 깊은 물은 밤낮을 쉬지 않고 흐른다(不舍晝夜).’ 맹자에게 위대함은 천재성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군자는 쉬지 않고 스스로를 강하게 만든다(自强不息). 날마다 새로운 나를 만들기에(日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존재로 남는 것이다.
 
둘째는 진정성이다. 물은 흐르다가 웅덩이에 갇히면 그 웅덩이를 채우고 다시 흐른다(盈科後進). 샘이 깊은 물이기에 언젠가는 웅덩이를 가득 채운다. 살다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때 불안해하거나 당황하지 말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뚝심과 근원만 깊다면, 언젠가 기회는 다시 온다. 물이 웅덩이를 비워놓고 흐르지 않는 것은 철저하게 쉼표를 찍고 가겠다는 것이다. 인생도 때로 쉬었다 가야 더 멀리 갈 수 있다.
 
셋째는 영원성이다. ‘샘이 깊은 물은 흘러서 사해로 흘러간다(放乎四海).’ 시간이 문제지 기초만 튼튼하면 결국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조급할 일도 없고, 재촉할 이유도 없다. 근원만 깊다면 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간다. 오뉴월에 내리는 장맛비는 잠깐 내려도 길을 삼키고 계곡에서 흘러넘친다. 그러나 해가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근원이 없기 때문이다.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장맛비가 아니라 사해 넓은 바다로 흘러가는 샘이 깊은 물이 돼야 한다. 원천혼혼(原泉混混)! 샘이 깊은 물이 끊임없이 용솟음친다. 샘이 깊어야 물은 쉬지 않고 흐르고, 웅덩이를 만나면 당황하지 않으며, 결국 저 먼 바다로 항해할 수 있다. 비록 물에 대한 비유이지만 경영자의 철학이며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이기도 하다. 물()! 그저 물로 볼 일이 아니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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