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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Management

살아가는 이유, 일하는 이유

최명기 | 83호 (2011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이 기업을 운영하거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독자 분들에게 상담을 해드립니다. 최명기 원장에게 e메일을 보내주시면 적절한 사례를 골라 이 연재 코너에서 조언을 해드릴 예정입니다. 물론 소속과 이름은 익명으로 다룹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새들이 너무 불쌍해졌다. 날아다니기 위해서는 엄청난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새들은 잠깐 나무에 앉아 쉴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찾고 끝없이 먹어야만 한다. 칼로리가 낮은 풀을 먹고 살아야 하는 초식동물 역시 잠잘 때를 제외하곤 온종일 먹어야 한다. 때로는 소화시킬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먹고 다시 토해서 되새김질을 한다. 육식동물은 섭취하는 고기의 열량이 높고 몸 안에 지방 형태로 축적될 수 있기에 한번 식사하면 당분간은 쉴 수 있다. 하지만 사실 휴식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등산을 갔다 동굴에 갇혔는데 먹을 것이 없다면 구조대가 올 때까지 아무것도 안하는 게 상책이다. 맹수들 역시 언제 다시 사냥에 성공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배가 채워지면 최대한 열량을 보존하기 위해서 꼼짝도 않고 누워 있다.
 
인간이 일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 역시 먹고 살기 위해서다. 인간은 그 어느 동물보다 오랜 시간 노동한다. 사냥할 때 맹수들은 때때로 몇 시간이고 꼼짝도 않고 먹이가 공격 사정권에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아프리카의 코끼리는 기근이 들면 과일과 물을 찾기 위해 몇 날 며칠 이동한다. 하지만 인간처럼 하루 8시간 이상 매일 일하는 동물은 없다. 동물과 비교할 때 모든 인간은 일 중독자다. 산속 암자에 혼자 살면서 해탈한 도인의 삶을 살펴보면 결국 먹고 생존하는 것만으로 족한 삶으로 회귀하는 듯하다. 즉, 도를 닦는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욕망을 버려서 단순한 삶에 만족하는 삶이다. 하지만 우리들 평범한 사람은 그렇게 살 수 없다. 일 역시 인간의 제2의 본성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일 중독자인 인간
사람들이 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일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기초하고, 일부는 경제 문화적 배경에 기초한다. 우선 남아도는 뇌를 사용할 대상이 필요하다. 손발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어떨까? 답답해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주어진 신체기관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뇌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엄청나게 큰 뇌를 갖고 있다. 특히 뇌의 앞 쪽에 위치한 전뇌(frontal lobe)가 발달돼 있다. 전뇌의 기능은 무언가를 예상하고, 계획하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다. 전뇌가 있음에도 할 일이 없어서 쓰지 못한다면 손발이 있음에도 움직이지 못할 때 느끼는 답답함을 경험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집단을 이뤄 사는 동물들 사이에서는 항상 우두머리가 있다. 수컷 동물들은 우두머리가 되면 암컷을 독점할 수 있다. 씨를 퍼뜨리고 싶다는 이기적 욕망이 우두머리가 되게끔 하는 것이다. 암컷 우두머리는 다른 암컷들이 우두머리 수컷에 접근하는 것을 되도록 차단해서 배가 다른 새끼들이 생기는 것을 막고자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새끼가 생존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거대도시를 이루기 전 우리의 선조들은 100명이 넘지 않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살았다. 일을 잘하고 인정받을 때 원하는 배우자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자녀가 무사히 성장하도록 도와줄 수 있었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구분되기 전, 일마다 주어지는 대가의 차이가 현대사회처럼 크지 않던 시절에는 무언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은 충분히 집단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일을 통해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은 어느새 인간의 제2의 본성이 됐다.
 

일 자체가 매우 지루하고 때로는 골치 아프고 심지어는 두려운 마음을 갖게 할 때도 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근육만 계속 쓰면 몸이 피로해지고 심지어는 통증을 느낀다.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하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전뇌를 사용하지 못해서 지루하다. 반복적인 정신노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뇌세포는 근육세포와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세포들은 차이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다. 근육을 반복해서 쓰면 피곤하듯이 뇌세포도 반복적으로 쓰게 되면 피곤하다. 우리는 뇌의 피곤을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지루해지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억지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다보면 한눈을 팔게 마련이다. 무거운 물건을 계속 들고 있으면 팔이 뻐근해지면서 물건을 내려놓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높은 보수를 받는 일일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고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많아진다. 예상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일이 잘 풀리면 좋지만 안 풀리면 자리를 내놔야 할 수도 있다. 사자가 매번 얼룩말을 쉽게 잡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얼룩말의 강력한 뒷발질에 사자가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원주민들이 사냥할 때도 사자나 표범 같은 맹수에게 죽을 수 있다. 현대 사회가 인간에게 주는 가장 커다란 선물은 안정이다. 그런데 더 많은 보수와 더 높은 지위를 획득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 위험한 마력에 사로잡히면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나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일 자체가 즐거움이고 기쁨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일이 기쁨이라고 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들은 고액연봉을 받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다. 프로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스릴만점의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비시즌에는 고된 훈련을 해야 하고 선수로서 뛸 수 있는 기간이 제한돼 있다. 즐거우면서 높은 보수를 받는 완벽한 일의 시기가 젊은 날에 끝나면 그 다음부터는 기나긴 불만족과 불안이 죽을 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만약에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고 세상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가수, 화가, 작가 같은 예술가들도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 역시 창조력에 한계가 있고, 세상의 방향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젊어서 압도적인 명성을 얻지 않는 한 나중에는 자신의 능력을 쥐어짜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행복지수도 높고, 인정도 받으면서, 생활이 가능하고, 경험이 쌓일수록 더 잘하게 되는 직업이 교향악단 지휘자다. 그래서인지 교향악단 지휘자는 아주 오래 사는 대표적인 장수직업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지휘하고 사람들을 통솔하면서 인정도 받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휘자 못지않게 오래 사는 직업이 종교지도자다. 그들이 오래 사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일을 일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설교하고, 신도들을 만나고, 기도하는 것은 일이자 기쁨이면서 동시에 의무일 것이다. 더군다나 종교지도자들은 신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그들은 이 세상에서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신의 인정을 받는다는 생각에 고통을 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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